Tour |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 2 minutes read

조선 최초의 지폐에 인쇄된 '조선 경제침탈 주역' 시부사와, 120년 뒤 일본 1만엔권에서 다시 부활

강화도조약의 채결을 통해 일본 통화의 조선내 유통권을 획득한 일본은 조선에 경제적 진출을 도모하게 됩니다. 그 중심 역할을 한 인물은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였습니다. 프랑스에서 경제와 주식회사 제도를 배우고 돌아온 시부사와는 500여개가 넘는 회사의 설립에 기여하였고, Δ 조선 국고금 취급  Δ 화폐정리 사업  Δ 제일은행권 공인 등 ‘3대 특권’을 얻은 뒤엔 사실상 당시 조선의 중앙은행과 같은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보통 지폐에 인쇄되는 인물은 해당 국가의 저명한 인사, 또는 역사적 위인들이 보통인데, 시부사와의 주도 하에 미츠이와 오노 등이 출자하여 1873년 설립된 일본 최초의 주식회사인 다이이치은행이 발행하고 당시 조선에서 일본 엔화와 등가로 통용된 第一(다이이치)은행권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시부사와 자신이었습니다. 2024년 새로 발행될 일본 1만엔권 지폐에 시부사와의 얼굴이 들이간다고 합니다.

민간은행이 중앙은행의 역할을 대행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진 조선 통감부와 일본정부가 1909년 한국은행을 설립하면서 第一(다이이치)은행은 보통은행 업무를 취급하던 경성과 부산지점만 남기고 나머지 지점과 출장소를 폐지합니다.

한일합방 이후 1911년 한국은행은 조선은행으로 재출범하면서 일본은행권과 1대1로 교환되는 조선은행권을 발행하는 식민지 발권 은행의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또한 만주와 시베리아 및 중국 화북에서도 조선은행권을 통용하여 엔 블록의 확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조선은행 군산시점은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질적인 설계는 안톤 펠러가 담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안톤 펠러는 취리히 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러시아군 포로가 되어 시베리아에 역류되어 있었는데 러시아 혁명의 혼란 속에 수용소를 탈출하여 다롄에서 나카무라 사무실에 소개를 통해 들어가게 됩니다. 당시 나카무라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안톤 펠러는 온순하고 조용한 성격에 건축, 유화, 문학, 과학에 취미를 가진 천재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합니다.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제체시온(Secession) 양식의 건물입니다. ‘분리파 운동’으로도 불리는 이 양식은 19세기말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에서 유행하였습니다. 1897년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구스타프 클림트를 포함한 젊은 화가와 건축가가 모여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고유한 예술이, 예술에는 예술만의 고유한 자유가 존재”한다며 기존의 아카데미즘이나 관 주도의 전시회에서 자신들의 예술을 ‘분리’하려한데서 유래하였습니다.

1922년 조선은행 군산지점의 준공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유행하던 최신 건축양식이 조선의 군산땅에 구현된 것입니다. 2층 건물이지만 층고가 높고 외관이 독특하여 당시 군산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을 것입니다.